봐준단 말 믿다 탈진해 죽을뻔? (금북정맥 차령고개-각흘고개, 7/17) 멀리 가는 물/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19
직원연수에서 다녀온 유명산 (7/15) 홍어 - 김선태(1960~ ) 한반도 끄트머리 포구에 홍어 한 마리 납작 엎드려 있다 폐선처럼 갯벌에 처박혀 있다 스스로 손발을 묶고 눈귀를 닫아 인고와 발효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아무도 없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이 어둡고 비린 선창 골목에서 저 혼자 붉디붉은 상처를 핥으며 충만한 외로움..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18
비오는 날은 둘레길을 가자 (관악산 둘레길 1구간, 7/16) 길이 아닌 길/이선영 저렇게 잘 닦인 길이 왜 내길이 아닌가?고 눈에 한참 밟히던 길이 있었다 아마 원주나 제천 가는 길목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줄지어 가는 차들의 행렬에 끼여 있었다 세상엔 내가 알거나 모르는 수많은 갈래의 길이 있지만 그 길들은 그저 멀거나 조금 가까운 갈랫길일 뿐 내가 ..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16
아침가리골 도전 실패기 (7/9) ‘개밥바라기별’ - 노향림(1942 ~ ) 고만고만한 살붙이들과 함께 개울가에 살았네. 가난한 시절 마당가 개집 앞에 찌그러진 양푼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네. 오늘 그 속에 가득히 뜨는 별을 보네. 바람 한 점 없이 놀 꺼진 서녘 하늘 이팝꽃 핀 사이 불쑥 얼굴 내민 고봉밥별 그 흰 쌀밥 푸려고 깨금발을..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12
비도 막을 수 없는 금북정맥길 (장곡-까치고개 . 7/3) 불만 때다 왔다 - 문태준 (1970 ∼ ) 앓는 병 나으라고 그 집 가서 마당에 솥을 걸고 불만 때다 왔다 오고 온 병에 대해 물어 무엇 하리, 지금 감나무 밑에 감꽃 떨어지는 이유를. 마른 씨앗처럼 누운 사람에게 버들 같은 새살은 돋으라고 한 계절을 꾸어다 불만 때다 왔다 가까운 누군가가 심각한 병을 앓..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05
뽕과 더덕의 힘으로 금북을 잇다 (공덕고개-장곡, 6/19) 제비꽃 편지/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6.26
영등회, 칼바위 가기 (삼각산, 6/18) 하루 - 김언(1973~ ) 하루는 날씬하고 하루는 복잡하다. 어떤 날씨와 옷차림도 거부하지 않는다. 하루는 재능 있고 하루는 의자에 앉아 있다. 하루는 작업복 하루는 지저분한 새들이 그들의 배경 보라색 밤에 스스로 눈 오는 밤이 일찍 왔다. 하루는 과거 하루는 빠짐없이 일하는 날 하루는 보라색 촛불 ..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6.23
안성 서운산 찍고 집으로~ (6/12) 선운사 동구(禪隕寺 洞口) - 서정주 (1915~2000) 선운사(禪隕寺) 고랑으로 선운사(禪隕寺)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동백꽃을 보러 갔다가 제철이 아니어서 주모가 걸쳐주는 목 ..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6.15
집들이 패키지 산행 (도명산, 6/11) 원효암에 살며 2 - 이윤규 (1955 ~ ) 깨어 있는 것은 아름다워라 종꽃 피는 날 아침은 종꽃 같은 이름이 되고 싶네 내 아침 산책길의 끝에는 무덤이 있지 개울가에 다녀온 마음은 개울물 같은 파란 빛. 오늘은 누구라도 만나고 싶네 종꽃 같은 이름, 종꽃 같은 이름, 무슨 이름이 종꽃 같은 이름인가 즐거운..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6.15
연 3일 산으로? (청계산. 6/6) 너무 넓은 창 - 안명옥 (1964~ ) 식구들이 없는 한낮 오늘은 먹구름에 가려 햇빛도 실직이다 그가 화초를 들이고 살았던 5년이 불안의 잡초들 사이에 묻혀 바람의 잔소리만 무성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자고나면 수북이 떨어지는 나뭇잎들 자꾸 커가는 아이들의 눈빛이 블라인드에 걸려 흔들거리고 ..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