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73

땅끝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나다 (오소재-미황사, 4/9~10)

마른 물고기처럼 - 나희덕(1966~ )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이고 있었다, 나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몸을 비비는 것처럼 너를 적시기 위..

기어 넘은 땅끝기맥 (계라리고개-오소재,3/12~13)

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바라봄 / 이문숙(1958~ ) 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바라봄 골목에 불 켜진 마지막 집을 바라볼 때처럼 열넷에 어머니가 물속으로 사라진 그는 왜 ‘신(神)은 없다’라는 그림에 여자 구두 아니, 여자 신 한짝을 그려넣었을까 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말없이 바라봄 어느 먼 곳에 ..

졸업, 그리고 새로운 시작 (한남금북졸업, 시산제, 3/6)

벽돌 한 장 - 배영옥(1966~) 유모차 안에 갓난아기도 아니고 착착 쌓은 폐지꾸러미도 아닌, 벽돌 한 장 달랑 태우시고 가는 할머니 제 한 몸 지탱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무게가 벽돌 한 장의 무게라는 걸까 붉은 벽돌 한 장이 할머니를 겨우 지탱하고 있다 느릿한 걸음으로 이쪽으로 저쪽으로 옮겨다니는 ..

안개에 숨은 땅끝기맥 걷기 (별뫼산-계라리고개, 2/26~27)

이슬비 이용법/강형철(1955~) 남대문시장 쌓여진 택배 물건 사이 일회용 면도기로 영감님 면도를 하네 비누도 없이 이슬비 맞으며 잇몸 쪽에 힘을 주며 얼굴에 길을 만드네 오토바이 백밀러가 환해지도록 리어카의 물건들 비 젖어 기다리네 영감님 꽃미남 될때까지 가로수는 누가 볼까 팔을 벌리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