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35

안산 자락길을 염두에 두었으나.. (5/5)

류종호이 땅의 외지고 외진 산비탈 돌틈을 비집고 하얀 소복차림으로 눈익어 오는 것들 벌 나비 짝해 데불고 다디단 입맞춤으로 젖으며 보잘 것 없는 사랑의 시대 맑게 깨우치는 것들 세상엔 아직도 한무리의 사랑이 저렇게 펄펄 살아서 짬도 없이 허리 굽힌 하루를 선들바람으로 토닥이는구나 사람아 사랑은 이렇게 가난한 자의 땅에도 한점 부끄러움없이 오나니 내 사랑을 익히지 않고는 저렇게 펄펄 살아보지 않고는 떠나지 못하겠구나, 죽지 못하겠구나  손주 보느라 평일 시간을 내기 힘든 심심이와 어렵게 날을 잡았다.헌데 비가 내린다.안산이라면 걷겠다더니 도착하니 비가 내려 신발이 젖어 안되겠단다.하긴 비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내리긴 한다.독립공원에서는 행사용 부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비가 내리니 여기도 파리를 날린다.혹시나..

파주 월롱산 가기 (4/27)

이상교 강아지가 먹고 남긴 밥은 참새가 와서 먹고, 참새가 먹고 남긴 밥은 쥐가 와서 먹고, 쥐가 먹고 남긴  밥은 개미가 와서 물고 간다. 쏠쏠쏠 물고 간다. 코스개관: 월롱역-버스이동-월롱시민공원-월롱산 정상-샘터 - 용주서원 - 월롱초등학교 - 못난이꽈배기(14:15~50) - 전의이씨 무인재실과 500년 된 은행나무 - 덕은리지석묘 - 69번 버스 탑승(15:58) - 월롱역 하차 - 월롱역 출발(16:15) 작년부터 월롱산 이야기를 여산에게 들었다.올해 또 탁동 채팅방에 올렸는데 다음주면 철쭉이 피크일거란다.혹시나 해 시간 되면 안내 해 달라고 하니 토욜 시간 된다고 한다.처음엔 아무도 손을 안 들어 철사모에 올리니 수산나 부부가 참석 한다고 했다. 뒤늦게 정숙샘도 손을 들어 최종 5명이 11시..

단양 도락산을 가다 (5/19)

나희덕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 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은 빈 것도 같게 조금은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꼭 이만하게는 드리워지는 때 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 ​小滿지나 넘치는 것은 어둠뿐이라는 듯 이제 무성해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나무는 그늘로만 이야기하고 그 어둔 말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小滿지나면 들리는 소리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누가 내 발등을 덮어다오 이 부끄러운 발등을 좀 덮어다오 코스개관: 도락산 주차장-상선암-제봉-형봉-신선봉-삼거리-도락산-삼거리-채운봉-검봉-주차장 (화창하고 더웠던 날, 당나귀 6명)  당나귀 5월 첫주 산행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쉬었고 한 달 만에 가는 ..

파리 마지막 날 (4/7~8)

구재기  쓰디쓴 고들빼기가 아직도 산과 들에 절로 남아 자라고 있었던가 아내는 구드러진 비닐주머니를 챙기다가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부추기며 연신 고들빼기를 꺼내어 다듬었다 쓴맛이 살아 있어 입맛을 돋군다지만 고단한 장바구니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내는 땅의 높고 메마름이 힘에 겹다면서 고들빼기의 곧은 줄기에도 가지가 많이 돋아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했다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수산나는 어제 안 산 한국 공예품이 마음에 걸린다고 방브마켓을 다시 간다고 했고 하늘은 라발레 아울렛을 한번 더 가본다고 한다. 리사는 다리에 신호가 와 오늘은 쉬어야 할것 같다고.아침으로는 미역국과 어제 남은 전으로 아침을 먹고 수산나네와 우리 출발.  전철역에서 반대편 방향에서 전철을 타는데 오늘이 파리 국제 마라..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6 (방브마켓, 블로뉴숲, 4/6)

​    서희​재봉사 어머니는 새벽부터 후다닥, 덩그러니 우리 남매 떼어두고 나가셨다 소풍날? 예외 없었지 몇 천 원 쥐어주고 가방에 볼록하게 크림빵을 넣었어도 참 많이 허전했던 어린 날의 그 소풍 길 어쩌다 김밥 먹을 때 괜스레 찡한 눈 끝 무럭무럭 나는 크고 어머니는 늘 제자리 어느 하루 주방에서 김밥을 고이 말아 첫 번째, 가장 따스한 한 끼 식사 대접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 남은 불고기 국물에 밥을 비벼 먹었고 오늘도 김밥을 싸기 위해 하나는 냄비밥을 하니 누룽지가 생겨 숭늉까지 마시고 김밥 싸고 8:30 출발.  전철을 타고 몽파르나스역에 도착하니 몽파르나스 센터에서 점심 먹을때의 분위기와 달라 마치 처음 오는듯 하다.여기서 우왕좌왕 하다 무사히 방브마켓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근처에서 음료수..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5 (따로 또 같이, 4/5)

이상교 작고 귀여운 걸 보기만 하면 우리집 고양이 생각이 난다. '우리 쪼꼬미만큼 예쁘네!' 속으로 말한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우리 강아지, 예쁘지?" 하고 물으면 웃음이 난다.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난다. '야, 우리 고양이하고는 비교도 안된다!' 친구가 속상할까 봐 속으로 말한다. 우리 쪼꼬미, 정말 예쁘다  오늘은 리사가 권선배네 집에 가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날. 왜? 리사네 동생팀 파리 인 하는날 권선배가 지방 출장을 가신다고. 그래서 오늘은 각자 하고 싶은걸 하기로 했는데 하늘은 도서관과 미술관을 간다고 하니 수산나는 미술은 이제 그만 보고 쇼핑을 한다고.아침은 떡국을 먹었고 특별한 계획이 없는 난 하늘 일정에 숟가락만 얹기로 했다.수산나와 오후에 파리 식물원에서 만나기로 해 하늘이..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4 (오베르쉬르우아즈, 유람선 타기, 4/4)

이제니 빨강 초록 보라 분홍 파랑 검정 한 줄 띄우고 다홍 청록 주황 보라. 모두가 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양은 없을 때만 있다. 양은 어떻게 웁니까. 메에 메에. 울음소리는 언제나 어리둥절하다. 머리를 두 줄로 가지런히 땋을 때마다 고산지대의 좁고 긴 들판이 떠오른다. 고산증. 희박한 공기. 깨어진 거울처럼 빛나는 라마의 두 눈. 나는 가만히 앉아서도 여행을 한다. 내 인식의 페이지는 언제나 나의 경험을 앞지른다. 페루 페루. 라마의 울음소리. 페루라고 입술을 달싹이면 내게 있었을지도 모를 고향이 생각난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페루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아침마다 언니는 내 머리를 땋아주었지. 머리카락은 땋아도 땋아도 끝이 없었지. 저주는 반복되는 실패에서 피어난다. 적어도 꽃..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3 (지베르니, 4/3)

남정림 누가 너를 보잘것없다 했느냐 잠간 피었다 지는 소임에 실핏줄이 훤히 드러나도록 솜털이 요동칠 정도로 있는 힘을 다했는데 ​땅에 납작 엎드려 살아도 햇살 한줌 머무르는 변두리 골목 귀퉁이를 데우는  너는 하늘의 눈물로 키우는 꽃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밥 한솥은 김밥을 쌌고 미역국과 김치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지베르니 가는 열차 타러 생 나라즈역 찾아가기. - 생 라자르역 생라자르역을 찾아 나가는데 계속 같은 곳을 돌았다. 밖에 나가서 찾고 보니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멀지 않는 곳을 생쑈를 하며 비가 철철 내리는 역을 찾아서 무사히 기차 탑승.사람 많다더니 헐렁하기만 하다. 날씨 탓인가?  기차를 타고 역에 내리니 9시가 조금 지났다. 모네의 집까지 가는 버스와 꼬마기차가 있다. 둘다 가격은..

먼나라 이야기 202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