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35

다시 파리 2 (권선배 집, 미라보 다리, 4/2)

김귀녀 철조망을 타고  마음을 활짝 열어젖힌 으아리꽃  온 동네 사람들  무슨 꽃이냐고 물어온다  낯모르는 사람도 이 꽃이 무슨 꽃이냐고  산기슭 양지에서  등불처럼    계곡을 밝히는  으아리꽃이라고 얘기해도 고개만 갸우뚱  의아해 하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커다랗게 피어 꼬불꼬불 줄기 따라  세상을 밝힌다  다시 찾아온 오월에  아리따운 영혼으로  오늘 아침은 남은 고기로 국물 내서 떡국을 끓였는데 하늘이 계란 지단까지 붙여 올려준다. 졌다~잘 먹고 점심초대를 받은지라 막간을 이용해 파리에서의 미션 해결하러 가기.  - 라파예트 백화점 오픈런으로 ㅅ매장에 들어가니 한국 직원을 불러준다.덕분에 의사소통에 장애 없이 무사히 미션 클리어.그새 하늘은 아들이 좋아하는 향수를 샀는데 한국보다 안 싸다고 해서..

먼나라 이야기 2024.05.08

다시 파리 1 (라발레 아울렛, 4/1)

전봉건 무언지 눈이 부신 듯 수줍어만 하는 듯 자꾸 마음이 안 놓이는 듯 바쁘고 그저 바쁜 듯 마치 새옷을  입으려고 다 벗은 색시의 샛말간 살결인양!  오늘 아침은 조금 천천히 일어나도 되는데 습관이 되 (아참 3월말 섬머타임으로 1시간이 빨라졌다. 새벽 2시에 시간이 바뀌었다고) 7시 기상해 어제 남은 고기에 밥을 두솥 했는데 남아 그 밥을 볶고 계란 후라이까지 얹어서 밥 먹고 9:30 출발.  - 라발레 빌리지  나비고 1주일 충전을 하고 환승해 오늘은 역은 잘 내렸는데 반대편으로 나가 잠시 헤매다가 (역 밖 풍경이 낯설었다) 정신 차리고 나가 아울렛에 가니 그새 관광 인구가 많아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부활절 휴가가 시작되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아무튼 지난번에는 폴로에서 내 옷만 샀는데 마..

먼나라 이야기 2024.05.08

다시 파리로 (리옹~파리, 3/31)

박정만 등꽃 아래 앉으면 보랏빛 눈물, 시름 곁에 앉으면 다시 또 시름의 눈물, 그때는 왜 그렇게 눈물이 흔했는지 몰라. 한 모금의 소주와 푸르게 넘쳐나는 정열의 돛폭 높이 달고 한숨의 떼 무리지어 밀려올 때도 마음(사랑의 마음) 금쪽같이 금쪽같이 나누어 썼네.  오늘 리옹을 떠나는 날이지만 점심 기차라 오전이 애매하다.짐들 들고 멀리 다닐 수 없고 거기에 비도 내리는 상황.첫날 못 간 떼뜨 도흐 공원을 가기 위해 7시 아침을 먹고 나섰다.  우산을 쓰고 일단 다리를 건너 차에서만 보던 쇼핑센터로 보이는 공원에 인접한 곳을 가니 아침 일찍이라 한갖지다.우리가 첫날 간 입구가 정문은 아닌것 같아 다른 문을 찾아 공원 밖으로 한바퀴 뺑 돌았다.제일 화려한 문이 정문인것 같았고 그 길 건너 회전목마도 있는걸 ..

먼나라 이야기 2024.05.08

남프랑스 9 (리옹, 3/30)

석민재 내가 던지고 내가 받는쌍욕이다네가 던져도 내가 받는 모욕이다돌리고 돌리고 돌리다 보면칭찬 같은 치욕이다 일출에서 일몰까지어느 고리에 내 모가지를 걸어야 할까망설이는 순간이 무덤이다무덤인 줄도 모르고 파는 우물이다아나, 마셔라!바가지째 들이켜는 굴욕이다대머리를 가리려고 쓴민머리 가발이다  8시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니 그중 조식이 부실하다. 부실한대로 배를 채우고 9시 출발하는데 오늘도 하루종을 비 예보가 있고 날씨도 쌀쌀하다. 오늘도 나는 리사 잠바 빌려입고 출발.  아침 일단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니 어제 숙소에 올 때 탄 동네다.어제 못 본 성당을 잠시 둘러 보았다. 그리고 지하철 역으로.  지하철에서 사진 찍는 우리는 본 현지인지 단체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해 덕분에 이런 저런 사진 찍고 지하..

먼나라 이야기 2024.05.06

남프랑스 8 (니스~리옹, 3/29)

박유라봄비, 희고 조그만 이빨을 반짝인다푸르스름 안개가 피어 오르는저녁 식탁 위능선들이 부드러운 산윗입술과 아랫 입술 사이목젖을 간당거리며햇마늘 밭을 씹고 녹차 잎 새순을 씹고강아지 한 마리 조용히 눈 감는저 아슬한 길 끝연둣빛 바다 잘근잘근속절없이 부서져 내리는 봄,사이렌이 내 입속 노랗게 중앙선을 끌고 간다  오늘 5시 기상. 아침에는 어제 남은 닭백숙에 쌀을 넣고 끓이 닭죽 먹기.짐싸고 체크 아웃하고 나오는데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우산 좀 안 갖고 다니고 싶은데 우산 쓰고 역까지 걷기.무사히 기차 탑승.  기차는 11:40 리옹 도착 예정.아침 일찍 죽만 먹은지라 점심으로 빵, 바나나, 삶은 계란, 귤 등을 싸가지고 와 기차에서 먹기.내 옆자리 사람이 내리고 젊은 청춘이 탔는데 냄새 난다.그나마 ..

먼나라 이야기 2024.05.06

남프랑스 7 (니스 시내 관광, 3/28)

유수연 이팝나무 숲 속에 들어서자 한 겹 푸른 어둠이 덧칠해졌다  바위구절초나 금강초롱꽃도 푸른 물감을 한자락 끌어 덮고 조용하다  햇살 중에 금빛줄만 뽑아 몸안에 빛을 뭉치는 반딧불이  제 짝을 찾을 때 낮동안 애써 뭉친 빛을 가장 강하게 내쏘는  반딧불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돌아와야 할 누군가를 기다린다  길을 잘못든 것이 아닐까  방향 표지판은 제대로 놓여 있는 걸까  아무래도 안되겠어  제 몸을 태워 불을 밝히고 숲을 나서는 반딧불이  낮동안 꾹꾹 눌러 뭉친 금빛 햇살로 길을 열어 놓는다  어둠으로 덮혀 있던 이팝나무잎 무성한 숲이 술렁인다  오랜 기다림으로 몸을 태우는 불빛이 까만 어둠에 상처처럼 박힌다  하나둘 가쁜 숨을 쉴 때마다 새살 밑의 그..

먼나라 이야기 2024.05.05

남프랑스 6 (모나코~에즈, 3/27)

문인수 민들레는 여하튼 노랗게 웃는다. 내가 사는 이 도시, 동네 골목길을 일삼아 ㅁ자로 한 바퀴 돌아봤는데, 잔뜩 그늘진 데서도 반짝! 긴 고민 끝에 반짝, 반짝 맺힌 듯이 여럿 민들레는 여하튼 또렷하게 웃는다. 주민들의 발걸음이 빈번하고 아이들이 설쳐대고 과일 파는 소형 트럭들 시끄럽게 돌아나가고 악, 악, 세간 부수는 소리도 어쩌다 와장창, 거리지만 아직 밟히지 않고, 용케 피어나 야무진 것들 민들레는 여하튼 책임지고 웃는다. 오십 년 전만 해도 야산 구릉이었던 이곳 만촌동, 그 별빛처럼 원주민처럼 이쁜 촌티처럼 민들레는 여하튼 본시대로 웃는다. 인도블록과 블록 사이, 인도블록과 담장 사이, 담장 금 간 데거나 길바닥 파진 데, 민들레는 여하튼 틈만 있으면 웃는다. 낡은 주택가, 너덜거리는 이 시꺼..

먼나라 이야기 2024.05.04

남프랑스 5 (마르세유~니스, 3/26)

홍일표 촌스런 계집아이처럼 뾰조름 내민 수줍은 얼굴은 서릿발 풀린 하얀 달빛에 빚은 꽃 오뉴월 솜털 솟은 텃밭에 허수아비 반겨 삼삼히 묻어나는 엄니처럼 뙤약볕에 종일 흰 수건 덮어쓰고는 풍년 들 거라 기도하는 이제 껍질을 벗어 서걱거리는 치마폭 담아낸 속내 봉오리마다 웃음으로 벙그는 아침 같은 새큼한 파꽃입니다  오늘은 마르세유에서 니스로 가는날. 기차 시간이 10:20 이라 아침을 천천히 먹기로 해 8:30 만나 아침을 럭셔리하게 먹었다.출발 시간까지 여유가 있는지라 하늘 빼고 식당 가는 차림으로 역사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다.헌데 수산나는 맨발인데 밖에 나오니 춥다. 역사에 가봐도 앉을 자리도 제대로 없어 얼른 들어왔다.   체크아웃 하는데 신나는 음악이 나온다. 음악에 대한 예의로 춤을 추니 웃긴다고..

먼나라 이야기 2024.05.04

남프랑스 4 (마르세유, 3/25)

남정림 누가 너를 보잘것없다 했느냐 잠간 피었다 지는 소임에 실핏줄이 훤히 드러나도록 솜털이 요동칠 정도로 있는 힘을 다했는데 ​땅에 납작 엎드려 살아도 햇살 한줌 머무르는 변두리 골목 귀퉁이를 데우는  너는 하늘의 눈물로 키우는 꽃  이 호텔은 역 바로 옆이어선지 아침 일찍부터 조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호텔 수준도 조금 높아서인지 조식도 다양하고 선택의 여지가 많아 많이 먹었다. 그리고 내일은 아침 출발인지라 실제 마르세유 관광 할 시간은 오늘 하루 밖에 없다.다소 쌀쌀한 날씨에 출발. - 마르세유 역사 앞 호텔을 나서면 바로 마르세유 역.역 앞 계단에서 인증샷 하고 일단은 바닷가로 출발.마르세유는 항구도시로 역사가 아주 긴 프랑스에서 제일 오래된 도시라고 한다. 여기가 치안이 안 좋은건 아랍계 사람들..

먼나라 이야기 2024.05.03

남프랑스 3 (고르드~엑상 프로방스, 3/24)

김선우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色)을 탐했네 온 마음 모아 색을 쓰는 도화 어여쁘니 요절을 꿈꾸던 내 청춘이 갔음을 아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온당한가 이 봄에도 이 별엔 분분한 포화, 바람에 실려 송화처럼 진창을 떠다니고 나는 바다로 가는 길을 물으며 길을 잃고 싶었으나 절정을 향한 꽃들의 노동, 이토록 무욕한 꽃의 투쟁이 안으로 닫아건 내 상처를 짓무르게 하였네 전생애를 걸고 끝끝내 아름다움을 욕망한 늙은 복숭아나무 기어이 피워낸 몇 낱 도화 아래 묘혈을 파고 눕네 사모하던 이의 말씀을 단 한번 대면하기 위해 일생토록 나무 없는 사막에..

먼나라 이야기 202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