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7 (발렌시아-바르셀로나-집, 2/8~10) <꽃샘추위> 김경숙 지나 온 날들 다 고백하지 못해 접어 둔 사연 남았는지 시샘 찬 눈빛으로 조심스레 걸어가는 여린 목덜미를 붙잡는다 얼어붙은 꽃신 속에 살포시 드러낸 고운 실루엣 매서운 늦바람 유혹에 단단히 여며보지만 울컥 쏟아 낸 눈물 가지마다 숨어들어 밤새 홍매화를 .. 먼나라 이야기 2020.02.20
스페인 여행기 6 (그라나다-발렌시아, 2/6) <봄 봄 봄> 이민숙 가늘게 떨면서 창문 틈에 기대섰다 지나치는 사람 옷섶 깊숙이 묻히기를 반복한다 숨었다 도망갔다 지치지 않게 살며시 찾아오는 봄 봄눈에 슬그머니 온 길 냅다 도망치다 햇살이 불러 새우면 와야 하는 길인가 슬금슬금 꼬리 쳐들고 살며시 오는 봄 향기를 허리 .. 먼나라 이야기 2020.02.20
스페인 여행기 5 (세비아-그라나다, 2/5) <숙면> 성백군 와이키키 해변 길가 정자나무 속에 드문드문 흰 비둘기들 들어 있다 아직 초저녁인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날짐승이라 고단한지, 왁자지껄 사람 소리 풍물 소리 축포 터지는 소리 상관하지 않고 잠만 잔다 아파트 위층 조 씨 돈이 많아 빈둥빈둥 놀아도 된다는데 .. 먼나라 이야기 2020.02.20
스페인 여행기 4 (리스본-세비아, 2/4) <명예> 오보영 길 막혀 줄 서있는 귀향길 고속도로 헌 봉고 속력내어 달려나간다 좋은 차 가지고도 소용이 없고 힘있는 이 타고서도 어쩔 수 없는 승용차 못달리는 버스 전용길 신바람에 기분내며 달려나가다 가소로워 피식 웃음 웃으며 찾고있는 명예를 떠올려본다 갖고있는 명예를.. 먼나라 이야기 2020.02.19
스페인 여행기 3 (마드리드-리스본, 2/3) <손바닥> 최창균 이 공손한 그릇 하나만으로도 나는 참 잘 살 거라고 아주 적절히 마음 다해 오므렸다 폈다 받쳐든 것 쉬이 내려놓지 않고 감싸 쥔 힘 손바닥생명은 선 연장해 흘러갔다 내가 왜 손바닥에서부터 땀이 돋았는지 그 땀이 말라가면서 무언가 부단히 움켜쥐려 했던지 어느.. 먼나라 이야기 2020.02.18
스페인 여행기2 (아부다비-마드리드, 2/2)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희숙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별이 서툰 자를 위해 조금만 더 라는 미련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미처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에게는 아직은 이라는 희망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갓 사랑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리운 너에게로 거침없이 .. 먼나라 이야기 2020.02.18
스페인 여행기1 (인천~아부다비, 1/31~2/1) <행복해진다는 것> 헤르만 헤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은 까닭. .. 먼나라 이야기 2020.02.15
이태리 여행기 그 마지막 (베네치아-인천, 8/5~6) <여름, 그리고 토요일 늦은 오후> 차수경 1 여름, 그리고 토요일 늦은 오후 휴가 때 고향집에서 가져온 봉숭아꽃으로 열 손가락 곱게 꽃물을 들였지 일몰 후에 남겨진 노을처럼 내 깊은 늑골과 골수에까지 침전된 그 오랜 지병(持病)을 달래며 리트머스종이에 아련히 핑크빛 자서를 써.. 먼나라 이야기 2019.08.22
이태리 여행기 7 (베네치아 관광, 8/4) <잠자리를 찾다가> 목필균 여름이 기울어간다 말복이 오고 입추에 들어서고 하늘이 퍼렇게 날이 서고 잠자리들이 낮은 비행을 하고 텃밭에 붉은 고추 달랑거리고 산들바람 들락거리다가 잠자리가 잠자리를 찾다가 낮게낮게 날며 잠자리를 찾다가 선잠에 날개도 접지 못하다가 여름.. 먼나라 이야기 2019.08.22
돌로미티에서 베네치아로 (Faloria, Nuvolau, 8/3) <목백일홍> 김종길 나무로 치면 고목이 되어버린 나도 이 8월의 폭염 아래 그처럼 열렬히 꽃을 피우고 불붙을 수는 없을까 -8/3 (토) 어제 먹을게 풍성해 아침까지 전을 먹었는데도 남았다. 음식 재료도 남아 남은 전도 싸고 계란도 삶았고 과일도 깎아 통에 넣고 물도 얼리고 해서 즉석.. 먼나라 이야기 2019.08.22